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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제주 한 바퀴 - 5일차 요즘 걷고 나면 몸이 워낙 피곤해서 9시쯤에 곯아떨어져버린다. 시골이라 밤이 되면 어둡고 조용하기 때문에 일찍 자도 방해받지 않는다. 어젯밤에는 개들이 짖어서 몇 번 깼다… 나가기 전 강태여 할머니와 사진을 찍었다. 할머니는 나한테 다음에 한 달 살기 하러 오라고 하셨다. 나한테는 싸게 해 준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발에 5개의 물집이 난 상태이다. 걷다 보면 큰 문제는 안되지만 쉬다가 다시 걷기가 정말 무서워진다. 한 1분 정도만 꾹 참고 걷다 보면 고통이 무뎌진다. 걷다 보니 몰래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강아지를 발견했다. 강아지는 나를 보더니 화들짝 놀래며 도망갔다. 바다를 보며 걷고 있다가 돌고래 떼도 봤다. 한동안 돌고래를 지켜봤다. 아무래도 제주 바다가 깨끗하긴.. 2023. 6. 9.
무작정 제주 한 바퀴 - 4일차 아침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할머니는 라면에 양파를 썰어서 넣어먹으라고 하셨다. 라면에 무슨 양파야 하면서 반신반의했는데 양파의 단맛이 국물에 우러나오면서 맛있어졌다. 담에도 종종 해 먹어야겠다. 라면을 먹고 길을 나섰다. 할머니는 다음에 친구들 데리고 다시 오라고 하셨다.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어도 된다고 했다. 걷다 보니 배가 아팠다. 마침 보이는 스타벅스에서 쑥떡프라푸치노도 먹을 겸 화장실도 사용했다. 역시 화장실 쓸 때에는 스타벅스가 최고다. 성산 일출봉 근처에는 항상 말 타는 사람들이 있다. 말 뒤를 졸졸 따라가면서 말을 관찰했는데, 상체에 비해 다리가 너무 얇았다. 근데 허벅지 근육은 정말 어마무시했다. 괜히 말근육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성산일출봉이 바로 보이는 광치기해변에 왔다. .. 2023. 6. 8.
무작정 제주 한 바퀴 - 3일차 어제 방을 같이 쓴 형님이 다행히도 코를 안 골아서 푹 잤다. 워낙 피곤했어서 내가 골았을 수도 있다. 아침으로는 불고기 버거와 화이어윙을 먹었다. 제주도에서 먹은 것 중에 젤 맛있었다.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바로 길을 나섰다. 오늘은 3코스와 2코스를 걷기로 했다. 4만 걸음 걸었으니 약 30킬로 정도 걸은 것 같다. 발에 생긴 물집 따위는 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다만 오늘은 해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얼굴과 다리가 엄청나게 타기 시작했다. 트래킹 할 때 반바지 입는 정신 나간 놈의 최후였다. 그래도 교훈을 하나 얻었으니 다음부터 긴바지 입고 가면 된다. 제주도는 신기하게도 탁 트인 평야가 많았다. 그래서 말이나 가축들이 뛰어놀기 좋은가보다. 소들이 엄청난 크기의 땅을 누리고 있었다. 해안가를 따라 .. 2023. 6. 7.
무작정 제주 한 바퀴 - 2일차 오늘은 정말 많이 걸었다. 5코스와 4코스를 전부 걸었다. 40킬로가 넘는 거리이다. 아침에 비가 그치길 기다리다 출발했다. 오전 9시에 비가 많이 잦아들었고,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걸어 다니기에 충분했다. 전날 이런저런 얘기하며 친해진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섰다. 파도가 정말 거세게 치는데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이 꽤 많았다. 발 헛디디면 바로 사망이다. 흙은 빗물로 인해 흙탕물이 되고, 지렁이나 달팽이, 뱀들은 수분을 흡수하기 위해 도로로 나온 상태였다. 뱀을 2마리나 봤다. 나도 놀랬지만 뱀도 놀랬는지 엄청나게 빠르게 도망쳤다. 나는 아침으로 하나로마트에서 어묵 2개와 빵을 샀다. 어묵 가격이 개당 2500 원인줄 몰랐다. 비싼데 맛없어서 조금 화가 났다. 다른 집을 지나갈.. 2023. 6. 6.
무작정 제주 한 바퀴 - 1일차 오늘은 대망의 첫째 날이다. 아침 6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전날 찜질방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코 고는 소리에 잠은 도통 오질 않았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내가 지낸 찜질방은 저녁에 물을 다 비우고 새벽 4시에 새물을 받는데, 나는 4시에 일어나서 가장 깨끗한 물에서 사우나를 했다. 피곤하지만 아주 상쾌한 아침이었다. 어제 싸간 고구마와 바나나를 먹으며 아침을 때웠다. 아침부터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공항 가는데 정말 식겁했다. (나 포함 4명이 잘못 탔다 ㅋㅋㅋ) 어찌어찌 무사히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제주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빠르게 머리를 굴려 필요한 물품을 생각해 냈다. 그리곤 서귀포에서 모든 쇼핑을 끝내기로 했다. 왜냐하면 나는 서귀포에서.. 2023. 6. 5.
무작정 제주 한 바퀴 - 0일차 최근에 나는 잘 살아보려고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무언가 이뤄보겠다고 호기롭게 회사를 박차고 나간 지 어언 1년.. 현실은 너무나 냉정했고 불붙어있던 내 열정은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부정할 수도 없지 않은가. 누군가 보기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나도 사실은 힘들다. 정말 감사한 것은 든든한 가족과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이다. ”나 제주도 간다 “라고 통보식으로 이야기해도 믿어주고 지원해 주는 내 사람들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 덕분에 가지고 있던, 짊어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깐 떠나보기로 했다. 이틀 전 밤에 다음날 복싱대회가 너무 긴장돼서 한숨도 못 잤다. 어제 대회가 끝나고 정말 푹 잤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후 3시였다 ㅋㅋ. 그제야 부랴부랴.. 2023.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