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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여행 이야기

무작정 제주 한 바퀴 - 10일차

by JR2 2023. 6. 14.

오늘은 한라산을 등반하기로 했다. 올레길 100km 인증서를 받으러 서귀포를 가려고 했는데 한라산을 거쳐서 서귀포까지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라산의 백록담을 볼 수 있는 코스는 성판악, 관음사 코스이고, 백록담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는 코스는 영실, 돈내코, 어리목 코스이다. 나는 이번에 어리목 코스로 올라가서 돈내코 코스로 내려오기로 결정했다.

2.4km가 오르막길이었다.

어리목 코스를 등반하다가 마주친 샘터이다. 먹을 수 있는 물이라고 크게 적혀있어서 안심하고 마셨다. 물은 얼음물처럼 차가웠다. 어리목 코스 초반은 오르막이라 땀이 엄청났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엄청나게 시원한 물을 마시니 물이 너무 달았다. 또 마시고 싶다.

오르막 코스를 지나고 나면 정말 그림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우리나라가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의 이색적인 풍경이다. 사진으로는 못 담았지만 길의 왼쪽 오른쪽 모두 엄청나게 거대한 고원이 펼쳐져있다.

지나가던 부부가 찍어준 사진이다. 가방 없이 주머니에 이것저것 다 넣고 가다 보니 주머니가 두둑하다.

어리목코스는 윗세오름 대피소를 지나 남벽분기점까지 간다. 가는 길에 백록담 외관을 볼 수 있다. 저게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니 신기하기도 하다.

철쭉이 많이 폈다. 경치를 보다 보니 노루가 뛰어다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했다. 당연히 대피소에 라면을 팔 줄 알았는데 라면은 무슨 물도 안 팔고 있었다. 대피소가 리모델링이 되면서 매점을 없앴다고 한다.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받아오고, 라면을 먹는 사람을 보니 약간 부러웠다.

먹을게 전혀 없는 상황에서 포카리만 쭉쭉 들이키다 보니 어떤 산악회 아주머니가 오셔서 남는 빵이랑 과자를 주셨다. 나는 달라고도 안 했는데 주섬주섬 주시는 걸 보니 내가 약간 불쌍해 보였나 보다 ㅋㅋㅋ
덕분에 꽤 배를 채우고 남벽분기점으로 향할 수 있었다.

남벽분기점

남벽분기점에 뭔가 대단한 게 있을 줄 알았더니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랑 구름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니 얼마나 높은 지역에 있는지 실감이 났다.

돈내코 코스로 내려갈 때 비가 엄청나게 내리기 시작했고 나도 정신없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랑 똑같은 처지인 외국인 친구를 만났다. 프랑스에서 왔고 영어를 잘 못했다. 어찌어찌 기적의 소통으로 여러 대화를 나눴다.

나랑 이 친구 서로 땀냄새가 엄청나게 났다 ㅋㅋㅋ
엄청나게 빠르게 돈내코 코스를 마무리하고 나는 올레 여행자 센터로, 이 친구는 소정방폭포로 갔다.

가는 길에 저번에 먹었던 봉구스 밥버거에서 젤 비싼 걸 시켜 먹었다. 봉구스 밥버거에 컵라면 조합이 진짜 미쳤다.

여행자 센터에서 100km 완주 증서를 받았다. 사실 200km 넘게 걸었지만 26코스를 모두 완주해야만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여행은 이 정도 걷는 걸로 마무리하고 나중에 남은 코스들을 채워나가야겠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 만나는 사람 모두 젊을 때 많은 도전을 해보라고 하셨다. 나는 여기에 크게 공감한다. 쫄지 말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해서 최선을 다 해보려고 한다. 실패하면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시 해보면 되고 성공하면 더 좋은 거다.

하루에 거의 40km씩 걷는다고 고생한 내 발, 발목, 무릎, 허리에게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매번 도전할 때마다 믿어주고 응원해 준 예림이에게도 고맙다. 항상 든든하게 나를 지키고 아껴주는 우리 가족들도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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